한국 영화사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서스펜스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이끼’의
편집자 고임표 감독님 인터뷰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부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공공의 적 2', '유령', '화산고'에 이르기까지 고임표 편집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는 한국영화의 흥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7년 '마지막 방위'를 데뷔작으로 첫 발을 내딘 후 줄곧 국내 영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편집해 오신 고임표 감독님은 개봉 첫 주만에 100만 관객동원이라는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최신작 '이끼'에서 새로운 감각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최고의 흥행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아비드에서는 영화 '이끼'의 편집을 담당하셨던 고임표 감독님을 직접 뵙고 본격적인 영화 편집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사연, Avid 편집 솔루션을 활용한 그간의 작업기와 NLE 편집의 장점 및 편의성, 영화 '이끼'의 스토리텔링과 편집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신작 개봉과 쉴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신 고임표 감독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심층 인터뷰 전문을 지금부터 생생히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바쁘신 스케줄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선 편집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A: 저도반갑습니다. 저는 1981년 고등학교를 마친 후충무로 '청문녹음실'에입사를 했었습니다. 그곳에서 영화녹음 과 사운드에 대한 기술전반을 익히던 중, 지금은 선종하신 당시 교황바오로 2세의 첫방한(1984)이 있었습니다. 시대적인 배경 을 생각하면 성사되기 어려웠던 기회였기에 3박 4일의전체 일정이 16mm 필름의 기록영화로 제작하게 되었는데, 마침인연이 닿아 제 가편집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녹음실 한쪽에서 10부작이 넘는 방대한 양을 편집하기 시작했죠. 영화전공자가 아니었으니 커트구 분, 배열 등에대한 지식이 전무했지만 녹음실에서 우리영화를 수없이 녹음하고 영사하며 익힌 '그림에 대한감각'을 십분활용할 수 있었 습니다. 드라마와 달리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감안해 여러 카메라로 촬영된 클립을 제 나름대로 이리저리 붙여가며 편집을 하게되었 죠. 그 후 84년 지금은 없는 '김희수 편집실'에서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편집 작업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 많은 히트작을 작업하셨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 당시 편집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A: 저보다 훨씬많이 하신 분들이 계시니 함부로 말할 순없지만, 그래도 가장기억에 남는 작품은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입니 다. 한국영화 최초의 천만돌파라는 기록도 있고규모 면에서도 대작이었죠. 대종상의 영예를 안겨준 '유령'도 빼놓을 수 없는작 품 중 하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정사정 볼것 없다 (이하 '인정사정')'에큰 애착을 느낍니다. 특히 '인정사정'의 경우감각 적이면서 해학적인 스토리텔링과 그에 잘어울리는 편집이 성공적이었고 영화 매니아들에게도 이명세 감독님의 작품 중최고로 회자됩니 다. 덕분에 투자자는 물론이고 이명세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큰 혜택을 받았죠. 이후몇 년간은 "왜 ' 유령'이나 '인정사정'처럼편집해 달라"는요청도 많이 들었습니다 (웃음).

'유령'의 경우 '인정사정'과는 패턴이 달랐습니다. '인정사정'에서는 해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의 컨셉을 갖고 편집에 임했었죠. 당시로선 드물었던 애니메이션 디졸브, 속도변환, 패스트 등의 시퀀스를 Avid Media Composer를 통해 연출했었습니다. 그 당시 이명세 감독님께서 제가 사용하고 있던 Avid 편집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설명을 좀 해달라'고 하시기에 이틀간 Avid Media Composer에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 설명을 드렸더니 "이번 작품 ('인정사정')을 꼭 함께 하자"고 하셨었죠. 특히 지하철 내부 신은 Avid Media Composer 기반의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처음부터 감독님과 애니메이션 톤의 편집과 연출을 가져가는 것이 컨셉이었고 좋은 스토리에 해학과 코미디가 잘 조화된 경우였죠. 새로 도입한 Avid 솔루션의 효과를 많이 본 작품 중 하나입니다.

'화산고'에서도 Avid Media Composer를 활용한 실험적인 편집 방식을 도입되었는데 필름으로 편집했다면 아마 상영관에서 다른 스타일의 '화산고'를 관람하셨을 수도 있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기법의 편집을 선보인 편집자로 인식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억에 남습니다. 다소 아쉽게도 '화산고'의 모든 영상이 CG로 처리된 작품으로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데 숨가쁘게 느껴지는 액션의 속도나 모션은 사실 Avid Media Composer를 통해서 연출된 것입니다. 일례로 목욕탕 신의 물방울은 CG 합성이지만 장면 속 움직임의 속도나 포인트는 제가 선별하고 편집한 것을 모티브로 합성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CG보다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웃음).

'유령'의 경우에는 거칠고 힘이 느껴질 수 있도록 편집에 임했습니다. 필름으로 했어도 불가능하진 않았겠지만 잠수함 미니어처 촬영도 굉장히 많았고 클로즈업 샷 등에서 정확한 '큐 지점'을 찾으려면 필름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Avid Media Composer를 사용했죠. Avid Media Composer 소프트웨어에서는 이런 작업을 수없이 반복할 수 있고 프레임 외 퍼센트로도 가변 적용이 가능하므로 배수가 고정되는 필름 기반보다 훨씬 유연한 활용이 가능했습니다.

'실미도'의 경우도 데일리즈 편집에 가까울 정도로 한 회차를 바로 현상해서 2-3일 후 편집본을 촬영 현장의 감독에게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편집이 되고 있다'고 작업 진행 상황을 알려드렸었고 이를 통해 촬영 진행과 큰 시간차 없이 최종 편집의 흐름을 보면서 계속 영화를 찍어나가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Q: Avid 편집자의 입장에서 본 Avid만의 장점이라면 무엇인가요? 또 자주 사용하시거나 특히 개인적으로 선호하시는 기능은?

A: 저는 필름 편집과 방송 드라마용 비디오 편집을 골고루 경험했기 때문에 방송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NLE 편집도 경험했고 현재도 NLE를 하고 있죠.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비디오 테이프 기반의 편집인 경우 인서트 편집, 즉 '끼워 넣는' 편집이 어렵습니다. 덮어씌 울 순 있지만 적재적소에 원화는 화면을 삽입하기가 다소 힘들죠. Avid Media Composer의 기능으로 이야기하면 '오버라이트'는 되지만 '스플라이스 인'이 불가능한 격이죠. 반면 필름에선 그런 작업들이 모두 가능하긴 한데 그걸 물리적으로 자르고 붙여야 한다는 점이 불편해요. 게다가 동시녹음까지 동반되면 소리와 그림을 같이 잘라야 하니 업무량도 늘어나고 작업 속도도 무척이나 더디죠. '가능하긴 하나 매우 비효율적이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필름의 단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버전을 간편하게 만들어 저장할 수 없다는 거에요. '지난 번 버전이 더 좋았다'고 해서 곧바로 되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손쉽게 음악이나 효과를 넣어 느낌을 보려고 해도 불가능한 것도 단점이죠.

이렇게 비디오와 필름 편집에는 몇 가지 불편한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Avid Media Composer 기반의 NLE 편집은 두 방식의 단점을 해결해줌과 동시에 더 나아가 다양한 추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인용했던 문구인데 '종이에 펜으로 적는 것이 필름 편집'이라면 '칠판에 쓰고 지우개로 지워 고칠 수 있는 것이 비디오 편집'이고 '디지털 편집은 워드 프로세서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쉬워요. 자동 정렬이나 자동 검색, 페이지 이동 등의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여기시면 이해가 좀 더 빠르실 것 같습니다.

한편 영화편집은 드라마를 엮어나가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편집인데 필름이나 비디오 방식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필름의 경우 20, 30분 단위로 롤이 잘라져 있다는 문제도 있고 일일이 롤을 바꿔 거는 것도 힘들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스토리텔링의 흐름도 끊기는데 이는 편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죠. 비디오의 경우 전체를 볼 수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 수정이 어렵고 한 컷을 찾으려면 테이프를 다 돌려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Avid Media Composer를 사용하면 이런 고민없이 다양한 버전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편리한 검색 기능, 다양한 이펙트 및 안정성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Avid Media Composer의 장점을 꼽으라 하면 본 지면에 모두 나열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 세계의 필름 및 비디오 편집 분야에서 Avid Media Composer가 왜 전문가들에게 사랑받고 사용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정답을 아실 것입니다. 그토록 수많은 편집자의 다양한 피드를 충분히 소화해 줄 수 있는 장점들이 다른 솔루션보다 많아서가 아닐까요?

Q: 최근 편집하신 '이끼'에서는 어디에 초점을 두셨는지요?

A: '이끼' 이전까지의 강우석 감독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코믹함과 빠른 전개 속도를 특징으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릴러물인 '이끼'는 지금까지와 다른 성격이죠. 또한 원작 만화가 존재하기에 감독님께서 연출적 측면에 더 많은 고민을 하시는 모습을 저도 지켜봤습니다. 만화는 이런데 똑같 이 풀어낼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니까요. 가령 만화엔 '이 싸한 기분이라 표현된 것을 영상으로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캐릭터 안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었죠. 영화에는 초반 10분 가량 과거 회상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데 원작에서는 중반부에 등장하는 내용이죠. 이렇듯 이번 '이끼'는 오랜 고민과 각색을 거쳐 탄생한 작품입니다.

이에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감독님이 기존에 추구하셨던 스타일과 다르기도 하고 같은 스릴러라 해도 '여름방학용 스릴러'와는 분명 다른 색깔이기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예전 강우석 감독님의 작품엔 빠른 전개와 커트가 주로 구성되어 가능한 빈틈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는데, '이끼'의 촬영분을 미리 모니터하면서 '좀 느리게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무겁고 느리게 감으로써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말이죠. 특히 지금까지는 대사 위주의 커팅이 많았다면 이번엔 대사 이후에 따라오는 배우의 표정과 감정 또는 컷 뒤에 따라붙는 여운의 감정을 살리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긴 호흡'의 편집을 추구했죠. 일례로 영화 속 이장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눈빛의 힘을 느끼는 데 필요한 시간이랄까요? 이런 부분을 편집에 반영했더니 '괜찮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강우석 감독님도 '좀더 빠르게'를 선호하셨던 전과는 달리 '조금 시간을 더 주자, 3초씩만 더 주자' 이런 제안을 많이 하셨죠. 그렇게 했을 때 해당 장면이나 배우가 표현하는 무게감이 배가될 수 있거든요.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가 일면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Q: 편집에서의 '크리에이티브'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그 효과가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A: 상영관에서 '완제품' 개념의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 과정 자체를 지켜봐야만 차이를 느낄 수 있죠. 물론 편집 전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직업의 특성상 모든 영화를 분석적으로만 보게 되니 순수한 감상이 힘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줄곧 보다 가도 '잘 됐다, 아니다, 저 장면은 없어도 될 텐데' 식으로 떠올리게 되니 말이죠.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강우석 감독의 예전 영화가 헐리우드식 문법을 표방했다면 이번 '이끼'에서는 유럽식 영화 문법의 느낌이 강합니다. 제가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헐리우드 영화는 관객을 즐겁게 할 요소를 우선 배치하는 반면, 유럽 쪽 영화나 '이끼'에서는 연출자의 미장센이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커트 배열과 길이도 그러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게 가져갔죠. 미국영화에 비해 유럽영화들은 커트가 긴 편이고, 미국에 클로즈업이 많다면 유럽은 롱테이크나 롱샷이 많고 색감도 좀 다릅니다.

'이끼'를 모니터할 때 유럽 영화 느낌이 나서 좋았고, 편집 스타일에도 그런 느낌을 반영했다고 하니 강우석 감독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호흡이 잘 맞았죠. 2시간 40분이라는 런닝타임에도 절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연출과 편집이 성공적으로 잘 조화되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 저도 참 흐뭇합니다.

Q: '이끼'의 편집 작업을 위해 사용하신 시스템 사양과 보유하고 계신 시스템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현재는 HP XW 8400 2 쿼드코어, 즉 8코어를 쓰고 있습니다. 4코어와 2코어시스템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Adrenaline, Adrenaline HD, Mojo SDI, Nitris/Mojo DX 등도 갖추고 있습니다. 운영체제는 아무래도 익숙함 때문에 아직 Windows XP 32-비트를사용하고 있습니다. 편집솔루션으로는 Avid Media Composer를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출시되었던 Avid Media Composer 5 버전도 직접테스트해봤지만Windows 7에적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끼'에서는 방금 말씀드린 HP XW8400과 Windows XP 32-비트, Avid Media Composer, Adrenaline HD와 SATA 방식 스토리지를 사용했습니다. 스토리지는 RAID SATA를 스트라이핑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싱글 하드를 그냥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끼'의 경우 아날로그 편집이어서 스트라이핑 방식을 택했습니다.

하드웨어의 경우 Nitris/Mojo DX도 가지고는 있지만 이번 영화에는 특별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끼'의 경우 촬영 매체가 35mm 필름이었기 때문에 텔레시네를 거쳐 60 필드로 전환한 NTSC 소스를 다시 Avid에 넣어 24 프레임으로 편집했습니다. 텔레시네 자체가 아날로그다 보니 아날로그 편집에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죠. Mojo DX는 방송 편집 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에 미니시리즈나 드라마 편집 시에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Q: '이끼'에서 Media Composer 기반 NLE에 특별히 초점을 두셨거나 사용하신 기능이 있다면?

A: 사실 10년 이상 Avid를 사용해왔기에 특정 기능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끼'의 경우 특별한 이펙트 없이 페이드 인, 아웃 정도만으로 소화가 됐죠. 영화 편집에 무조건 이펙트를 많이 쓴다고 좋은 영화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영화의 스타일에 맞게 기능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적합하다고 여깁니다. '이끼'의 경우에는 화려하거나 역동적인 이펙트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Q: '이끼' 편집에 걸린 소요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촬영 개시와 동시에 편집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얼마의 시간이 걸렸다고 얘기하는 어려울 것 같네요. 보통 강우석 감독 영화 는 촬영 중에하는 편집이 본편집에 가깝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실제편집은 2월경에 모두끝났고, 개봉까지 남은시간에 디테일한 부분 에 신경을 많이썼습니다. 또한 강우석 감독님의 경우에는 편집 과정에서도 계속 음악을 넣어서 진행하시는데 '이끼'의경우 OST에 도 상당히공들였습니다. 저역시 편집 과정에서 미묘한 프레임 조정과 더불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고요. 특히 이번영화가 지금까 지의 강우석 감독님의 스타일과 다른 면이많아서 이른바 '모니터 시사'를감독님의 다른 영화에 비해 3-4배이상 거쳤습니다. 사전편집 본을 본 관계자 분만 다해서 150분이 넘으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웃음).

Q: 편집자 입장에서 보신 '이끼'만의 숨은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A: '이끼'에는 묵직한 비중의 주인공이 여러 명 등장합니다. 보통 주연 캐릭터의 역할은 한두 명에게 집중되지만 '이끼'에서는 그 비중이 고르게 배분되어 있죠. 또 미스터리 성격이 강해서 숨겨진 단서와 비밀을 모아 진범의 정체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분들만 떼어보면 쉽게 다가오지 않지만 영화 전체를 꿰뚫어보게 되면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되실 거에요. 물론 가상의 배경과 인물들이지만 원작 만화를 보셨던 분이라면 원작과의 연계를, 못 보셨던 분이라면 '어디엔가 있음직한 음습한 시골 마을'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시면 상당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Q: 유익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영화를 볼 때 다양한 관점에서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편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순수하게 감상하시는 게 좋아요. 어렴풋이 빠르다, 혹은 무섭다 이렇게 느끼시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예술영화에는 나름의 주안점을 갖고 보실 필요는 있어요. 가령 이창동, 홍상수, 이명세 감독의 영화라면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하기 때문에 그림자 하나라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죠. '밀양'의 경우에도 개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라거나, 아이가 더위를 피해 차 그늘로 들어가는 장면 등엔 앞으로의 사건에 대한 암시가 숨어있으니 발견하는 보람과 쾌감이 있죠. 일반 상업영화라면 무엇보다 재미가 먼저긴 하지만, 이 역시 해당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의 테마 연계를 생각하며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이끼'를 재미나게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네요.